‘첫날밤 목 잘린 신랑과 누명 쓴 신부’ 유형 설화는 사회에서 부여한 질서에 벗어난 계모 의 욕망이 한 가정을 해체에 이르게 한 서사이다. 이 유형 설화는 다른 유형의 계모설화와 달리 전실아들의 죽음이 가계 단절로 이어져 가부장제의 위기가 표면화된 설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계모의 전실아들 살해는 자기소생에게 계승권을 넘겨주고자 하는 욕망에서 기인 된 것으로 기존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것이기에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욕망이다. 바로 이러 한 지점에서 계모의 욕망이 ‘악’으로 규정되며,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제거 된다. 이 유형 설화에서는 전실아들의 죽음에 대한 처벌 행위가 계모뿐만 아니라 계모아들에 게까지 확대된다. 계모아들은 가계 계승자의 자격을 갖춘 존재로 전실아들의 죽음에 윤리 적 혐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에 의하여 제거되는데, 이는 전실아들의 부재를 가계 의 단절과 동일시하는 시선이 반영된 결과이다. ‘전실’ 아들만을 계승자로 인식하는 시선의 주체는 전실이며, 텍스트 밖으로 확대하면 계모의 지위에 놓여있지 않은 여성 전반이 그 대 상이 된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가 부재할 때 자기소생에게 가해질지도 모를 위협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계모의 존재를 더욱 극악하게 변모시키고, 체제의 질서에 위협적 인 존재로 이끌어냄으로써 계모의 욕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하여 계모설화 전승을 통해 반복하여 상기시킨다. 전실아들을 살해한 계모 징치는 가계 계승권을 사이에 둔 전실과 후실의 갈등에서 전실 의 욕망이 승리한 결과이다. 계모와 전실의 공존할 수 없는 욕망이 충돌했을 때, 전실의 욕 망을 승리로 이끈 것은 가부장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 존재이다. 여성들은 ‘장자 계 승 원칙’의 명분 아래 계모의 욕망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했으며, 사회 유지를 위하여 체제의 질서는 보존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소수자인 계모의 욕망을 ‘악’으로 규정 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주장은 가부장제와 합의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계모설화는 소수 자 계모에 대한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다름’을 선언하는 다수자의 목소리로, 기존 질서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기능한다.
1. 서론 2. 유형 설화의 자료개관과 각편별 특징 3. 유형 설화에 나타난 위기의 원인과 해결 방식 4. 유형 설화의 전승 주체와 전승 원리 5. 결론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