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한국과 유럽의 화수분 관련 화소를 대상으로 삼아 그 서사적 맥락과 의미를 고찰한 것이다.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뜻하는 말이다. 이 논문에서는 그 기본 자질인 ‘무한 공급inexhaustible supply’에 초점을 맞추어서 보다 광범위하고 보편 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화수분이 직접 등장하는 설화 외에 한국의 <소금 나오는 맷돌>이나 <쌀 나오는 구멍>이나 유럽의 <황금알을 낳는 오리>나 <아셴푸텔(신데렐라)>, <지멜리 산> 같은 이야기까지 논의 대상에 포괄했다. 이들 이야기에서 무한공급과 그것의 중단에 얽힌 서사가 서로 긴밀히 통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한국과 유럽 설화의 구조적·세계관적인 보편성과 원형적 의미를 드러내는 것 외에 이 글에서 특별히 주목한 것은 이들 설화에 깃들어 있는 생태적 사고이다. 한국에는 ‘땅이 화 수분이다’라는 속담이 있거니와, 한국과 유럽의 화수분 관련 설화에서 사람에게 귀한 재화 를 무한 공급하는 주체, 곧 그릇이나 맷돌, 바위, 식물과 동물, 산 등은 ‘자연의 생명력 내지 생산력’을 표상하는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이거나 또는 자연 그 자체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끊임없이, 한없이 제공하거니와 하 나의 거대한 화수분이라 할 수 있다. 화수분 관련 설화는 자연에 힘입어 살아가고 있는 인 간의 모습을 서사적으로 함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 서 론 2. 한국 설화 속 화수분과 그 의미 3. 유럽 설화 속의 화수분과 생태적 사유 4. 설화적 사유의 철학적·문화적 가치 ? 결론을 대신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