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이야기와 인간의 근원적 연관성에 착안하여 인간 연구로서 설화 연구의 의의 와 방법을 탐색한 것이다. 설화의 스토리(story)는 형태와 의미의 양 측면에서 함축적 정합 성을 지니는 고도의 인지 기제로서, 설화는 인간의 사고와 행위의 모형이자 인간 삶의 축도 가 된다. 설화를 통해 인간에 대한 본질적이고 심층적인 탐구가 가능하거니와, 이는 설화 연구가 지향해야 할 가장 문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설화의 서사와 인간의 인지는 여러 측면에서 깊은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기 억을 수행함에 있어 필연적으로 선택과 구성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 매커니즘이 다분히 스 토리적이다. 특별하고 인상적인 요소가 청크(chunk)를 이루며 이를 축으로 한 일련의 기억 이 스크립트 스키마 형태의 계기적 질서를 갖추게 된다는 인지이론의 설명은, 화소(話素)라 는 낯설고 특별한 구성요소들이 정합적인 서사구조 형태로 계열화됨으로써 기억과 의미화 를 효율적으로 수행한다고 하는 설화의 형상화방식과 긴밀히 통한다. 인지이론에서 이야기 스키마를 분석하여 기술한 결과가 서사학자들이 설화로부터 순차구조를 분석해낸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은 설화적 스토리가 인간의 중요한 인지기제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다. 인지이론과 서사학의 공통적 성과는 인간이 그 자체로 스토리적인 존재임을 보여준다. 인지이론에서 인간의 사고와 행동양식의 스토리적 속성을 고찰한 결과는 교육 활동과 콘텐츠 분석 등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 관점은 다분히 형태적이고 기능적인 측 면에 치우친 것이었다. 스토리는 형태 이상의 것으로서, 인지기제로서 스토리 연구는 형태 와 의미를 결합한 총체적인 형태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 형태와 의미의 양 측면에서 고도의 정합성과 함축성을 지니는 오묘한 스토리가 구비설화의 서사라 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종소리>를 대상으로 설화적 서사가 지니는 형태적 전완성과 주제적 깊이를 단적으로 살 펴보았으며, <선녀와 나무꾼>과 <우렁각시>, <구렁덩덩신선비>를 통해 여러 설화들이 어 떻게 같고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반영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고도의 체계성 과 함축성을 갖춘 인지기제로서의 구비설화 스토리에 대한 유효한 분석을 위해 구비문학적 접근이 필수적임을 확인하는 과정
1. 여는 말 : 구술과 문학 사이
2. 기억과 스키마, 그리고 인지기제로서의 스토리
3. 구비설화의 원형적 구조와 인지적 의의
3.1. 형태와 의미의 전완적 총체로서의 이야기
3.2. 이야기의 다양한 구조와 인간정신의 개방성
4. 인간에 대한 본원적·과학적 탐구로서의 설화 연구
5. 맺는 말 : 다시 문학의 바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