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 양반가(兩班家) 여성의 구술생애담을 통해서 정체성 구성과 장소성 형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정체성과 장소성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이 개념들은 주 체가 어떤 사건을 경험하고, 그 사건의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의미화 하느냐에 따라 서 계속적으로 변한다. 또한 이전의 경험과 이후 경험이 상대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 느냐에 따라서 질적 의미는 달라진다. 화자는 결혼 이전에 은폐와 억압의 환경에서 생활했다. 시대의 환경과 기존 세대의 강제가 이런 생활을 형성하게 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화자는 그 속에서 나름의 선택의지를 보이면서 정체성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 였다. 화자는 결혼 이후에 공간의 이동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부 여받는다. 화자는 변화된 환경에서 불안과 소외를 느끼게 되고, 이 감정은 오히려 은 폐와 억압을 강요했던 친정의 장소성을 새롭게 규정하는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시댁 의 불안과 소외는 항상성을 유지하지 않는다. 화자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며 자신에 게 부여된 정체성을 수렴하고 재정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댁은 화자에게 더 이상 탈주하고 싶은 장소가 아니다. 시댁은 화자의 실존을 보장해주고 증명해주는 장소가 되었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보존해야 하는 장소가 되었다. 화자의 구술생애담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계속적으로 변주하는 정체성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고, 이러한 정 체성의 변주 속에서 공간이 장소로, 하나의 장소성이 다양한 장소성으로 분기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1. 서론
2. 은폐와 억압의 장소, 전통적 여성성의 회귀와 이식
3. 소외와 애착의 장소, 혼돈의 정체성과 자아 재정립
4. 안착과 전환의 장소, 정체성 수렴과 변화의 요구
5.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