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과정에서 견해의 완벽한 일치에 도달하려는 심리적 집단역동인 집단사고(groupthink)는 과학사회 내에서 특정한 유리스틱의 획일적 수용을 유도함으로써 방법론적 교조(methodological creed)를 구축한다. 이러한 방법론적 교조는 위계적 과학패권질서를 유지하기 과학정치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과학사회의 패권세력은 ①반론을 자제하려는 자율검열(self-censorship), ②만장일치의 환상(illusion of unanimity), ③불패의 환상(illusion of invulnerability) 등 세 가지 징후로 노정되는 집단사고를 보상과 처벌, 포용과 배제, 기능적 · 귀속적 연대 등 다양한 기제를 통해 조성함으로써 연구전통에 대한 획일적이자 집단적인 순응을 강요한다. 이처럼 집단사고는 과학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심리적 기반을 제공하는 동시에, 변동과 전환의 에토스를 조성한다는 이율배반적 성격을 갖는다. 즉, 집단사고는 합의종속적 지식생산을 위한 방법론적 인지습성을 추동하는 한편, 정상과학연구의 전개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시각의 균열에 따른 집단의 분화, 곧 분절된 집단사고의 형성을 가속화함으로써 쿤(Thomas Kuhn)이 과학적 전환의 단초로 제시한 “필수적 긴장(essential tension)”의 심도를 증대시킨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집단사고는 과학체계의 유지뿐만 아니라 변동과 전환에 요구되는 객관적, 상황적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심리적 집단역동인 것이다.
Ⅰ. 서론: 과학행위의 사회성, 인지습성과 지식생산의 규격화 Ⅱ. 방법론적 집단사고: 합의와 순응의 심리적 역동 Ⅲ. 과학체계의 전환: 분절된 집단사고의 역동 Ⅳ. 결론: 교조, 집단사고와 연구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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