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민중미술운동의 서양미술 수용에 대한 고찰

한국현대미술에서 서양미술 수용은 통상적으로 미술적 논의의 중심을 차 지해 왔다. 한국에서 현대미술은 곧 서양미술을 의미할 정도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미술의 서양미술 수용은 주로 형식과 기 법에 국한되어 있었고, 동시대 서양미술의 유행에 크게 좌우되는 양상으 로 이루어졌지만, 민중미술운동은 이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다른 수용의 형태를 모색하게 된다.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은 미술운동으로서의 성향이 강했던 1980년 대 전반과 사회변혁운동의 성향이 강화된 1980년대 후반으로 나눌 수 있 는데, 서양미술 수용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시기는 1980년대 초반 이 다. 이 시기의 민중미술운동에서 서양미술 수용은 기존과는 매우 다른 형 태로 진행되었고 민중미술운동이 한국현대미술사상 최초로 토착적, 자 생적 미술운동이라는 평가를 도출해 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민중미술 의 이러한 경계 허물기 양상은 근본적으로 민중미술이 주제와 내용중심 의 문학적 특성이 강했다는 점에서 기인했다. 모더니즘 미술이 형식과 심 미주의를 내세움으로서 그 입지를 자의적으로 축소시켰다면, 민중미술은 내용과 주제의 부활을 주장하면서 이를 확대시켰고, 그것이 서양미술의 수용과정에 있어서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앞으로는 이문제의 연장선상 에서 민중미술의 서양미술 수용이 민족미술의 전통 계승과 어떻게 갈등 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구체적 조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