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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저널

‘사생’(寫生)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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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기’, ‘생명’이나 ‘생명력’ 같은 표현들은 예술작 품의 성취를 평가하는 비유로 종종 사용되었다. 작가는 죽어있는 형식에 혼, 즉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예술작품이란 무 엇인가? 왜 우리는 생명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예술을 설명하고자 하는 가? 나아가 예술작품과 생명의 유비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그 당위성을 인정받는가?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치기준은 자연 즉 스스로 그러한 법칙을 따라 형성되었다. 인간 행위의 기준인 도덕이나, 사물에 대한 평가 기준인 진 실 혹은 진리, 아름다움을 규정하는 심미 등의 가치는 ‘자연’(自然)의 법칙이라는 준거에 의해 평가된다. 이때 자연은 물리적 환경이거나, 그 물 리적 환경을 가능하게 하는 이치를 의미하며 인간의 인식활동보다 선행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우리가 판단하는 선악(善惡)이나 미추(美醜), 호오(好惡)의 가치 정당성은 ‘자연’이라는 선험적 조건에서 유추되는 것 이며, 그 전제는 조화의 법칙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연이란 그 자체로 완 정한 것이어서, 더 이상의 가감을 필요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자 연은 조화 그 자체이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에 대한 이해와 그 표현을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삼았다. 생명이란 바로 ‘자연’의 이법이 현상으로 드러난 것을 의미한다. 다만 예술작품을 생명현상에 비유하는 것은 예술작품 자체의 순환기능에 착안 한 것은 아니라 그 기능적 작용에 대한 설명이다. 예술작품은 스스로 생 물학적 기능을 지닌 유기체가 아니다. 한 폭의 그림이 먹고 마시고 병들 고 죽고 하지는 않는다. 예술작품을 ‘생명’현상에 비유하여 표현하는 것 은 예술작품이 환기하는 감정이나 정서가 우리의 인식작용에 있어서 유 기적으로 작동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술작품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 의 미가 그것을 수용하는 감상자에게 또 다른 의미를 파생시키는 일련의 과 정을 생명현상에 비유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회화에 있어서 종종 ‘사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근 대적 의식이 투영된 용어로써 ‘사생’은 ‘drawing’의 번역어로 실제 작품에 들어가기 이전의 구상에 대한 스케치 정도로 이해되지만, 근대 이전 ‘사생’ 은 오늘날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심도 깊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청(淸) 의 화가이자 이론가인

I. 들어가는 말

II. 사생(寫生)과 생명 중시의 세계관

III. 기운생동, 내재적 생명의식의 표출

IV. 나가는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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