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철학 체계를 하나의 건축물에 비유할 때 「에티카」 1부의 정리 5, 이른바 속성의 공유불가능성 정리(이하 '공유불가능성 정리'로 약칭)는 스피노자 철학 전체를 떠받치는 주줏돌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다수의 실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실체 일원론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라이프니쯔는 '상이한 속성의 문제'를 통해 공유불가능성 정리를 비판한다. 상이한 속성의 문제란 여럿의 실체들이 속성들의 차이에 의해 서로 구별된다는 것으로부터 어떻게 같은 속성의 단 하나의 실체만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령, 실체 A가 속성 c와 d를 가지고 있고 실체 B는 속성 d와 e를 가지고 있다면, A와 B는 다른 실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속성, 이를 테면 A는 속성 c에 의해 B와 구별되고, B는 속성 e에 의해 A와 구별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이런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이 왜 논리적으로 배제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이것이 '상이한 속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충족이유율과 속성의 인과적. 개념적 자립성 논제를 토대로 스피노자의 철학을 재구성함으로써 라이프니쯔가 제기한 문제에 다음처럼 답했다. 실체 A와 B가 어떤 속성은 공유하지만 또 다른 속성은 공유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떤 한 실체가 가진 속성을 왜 또 다른 실체는 갖지 못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각 실체의 본성이나 속성들 및 또 다른 실체의 본성을 통해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한 실체가 가진 속성을 왜 또 다른 실체는 갖지 못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각 실체의 본성이나 속성들 및 또 다른 실체의 본성을 통해 제시될 수 없다. 다라서 스피노자의 존재론적 체계 안에서 실체 A와 B가 어떤 속성은 공유하지만 또 다른 속성은 공유하지 않는 상황이란 있을 수 없다. 필자의 재구성이 맞다면, 이제 자신이 설정한 논리적 상황이 스피노자의 철학 안에서 성립 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오히려 라이프니쯔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Ⅰ. 들어가며
II. 속성공유불가능성 정리에 대한 라이프니쯔의 비판
III. 정리 5의 증명에 대한 검토
IV. 충족이유율과 속성의 개념적․인과적 자립성 논제를 통한 상이한 속성들의 문제의 해소
V. 결론을 대신하여: 요약과 남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