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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등재 학술저널

생명과 명실(名實)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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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위기는 생명위기이고 존재론적 위기이다. 도가가 진단하기에 이와 같은 위기는 실(實)을 경시하고 명(名)을 숭상한 결과다. 이름은 실재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름은 실재를, 자연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은 이름이 마치 실재인양 착각한다. 문명의 시작은 언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배우고 가르치며 언어로 판단하고 문명을 구축하기 때문 이다. 언어의 제한적 속성상 언어로 이름 붙이는 순간 실재는 갇히고 생명력은 상 실된다. 산업혁명이후 문명건설에 애용되는 과학주의적 사유방식의 도구인 개념화, 수량화, 계량화는 모두 명의 대표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자연세계를 단 가적이고, 일방적 가치로 재단함으로써 관계적 맥락을 오가는 자연의 동사적 흐름 을 끊어버리기 때문에 자연은 병들고 문명을 받쳐줄 기반도 따라서 붕괴된다. 이에 노자는 이름이 실재라고 생각하는 사유방식을 끊어버리라[絶學]고 한다. 생명력이 지속되는 막강한 힘은 자연적 사실[實]에 있지 이름[名]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 약에 이름보다 실질을 중시한다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기대된다. ‘인위적 태도’에서 ‘무위적 태도’로, ‘정명’에서 ‘비명’으로, ‘명사적 방식’에서 ‘동사적 방식’으로, ‘유 욕’에서 ‘무욕’으로, ‘반생명적 태도’에서 ‘생명적 태도’로 삶의 방식이 바뀜으로써 존재론적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서론

2. 이름과 제도

3. 절학(絶學)

4. 실재의 긍정

5.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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