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중국적 사유 전통의 가장 분명한 특징 가운데 하나를 “실용주의”로 본다면, 그 “실용주의”를 발생시킨 철학적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그것을 중국적 사유 전통 자체가 실재하는 구체적 세계를 진리의 근거처로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재하는 구체적 세계를 진리의 발원처로 볼 수밖에 없도록 인도하는 철학적 특성을 ‘현상성’이라고 불렀다. 그것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선진 시대 공맹(孔孟)과 노자(老子)의 철학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중국 철학의 원천인 공맹이나 노자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경험에서 출발한다. “사유의 현상성”은 사유의 저급성을 드러내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사유의 현대성을 드러내는 말이다. 최근 등장하는 포스트 모던적 사유는 형이상학화한 개념의 구축물을 가지고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한 표현이다. “개념”의 세계가 부차적이고,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현상 세계”가 진실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현대가 열렸다. 그래서 현대를 연 대표적인 철학자들인 프로이드, 칼 맑스, 니체 등은 대부분 “이성”을 부정하고, 오히려 “감성”과 “물질” 혹은 “욕망”을 더 근본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본 논문은 중국 사유의 현대성을 논증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I. 서 II. 경험: 중국 사유의 원천 III.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