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전통철학에서는 이성과 감정이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논해진데 반해, 최근 감정 인지주의자들은 감정이 이성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성의 합 리성과 지향성에 입각한 인지적 성격을 지님을 강조한다. 동양철학 연구자들은 이 러한 최근의 연구추세에 따라 유학에서의 ‘공적 도덕적 감정’을 인지주의적으로 해 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본고는 주희의 ‘공적 도덕적 감정’을 인지주의적으로 해석하 는 것에 대한 비판을 함축한다. 이성-감성의 이성은 감정의 기반으로 작용할 경우 에도 여전히 사유로써 보편을 지향하는 추상적 사유능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주희에서의 ‘공적 도덕적 감정’은 개인적 신체성과 결부된 감성에서 비 롯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추상적 사유능력으로서의 이성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 그것은 이성-감성의 이원성을 넘어선 심층 마음의 허령성(영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밝혔다. 성리학에서 마음의 ‘허령성’은 일체의 분별적 경계를 넘어 서서 ‘비어있되 신령하게 깨어있는 성품’을 뜻한다. 본고는 이러한 마음의 허령성 (영성)이 어떤 의미에서 서양 근대의 이성과 구분되는지, 그리고 성리학의 도덕적 감정은 어떤 의미에서 이성의 확장이 아니라 심층 마음의 영성의 표현으로 해석되 어야 하는지를 논하였다.
I. 들어가기 II. 이성-감성 이원성의 한계 III. 공적 도덕적 감정의 근원으로서의 영성(허령성) IV. 허령성(인)에 근거한 공적 도덕적 감정 V. 마치는 말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