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적은 쇼펜하우어의 역설적 행복론을 해명하는 데 있다. 인간 삶을 논함에 있어 쇼펜하우어는 한편에서 삶의 긍정을 의미하는 행복을 강조하지 만, 다른 한편에서는 행복과 반대되는 삶의 부정과 염세주의를 핵심 주제로 삼는다. 이러한 역설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을 두 가지의 관점에서 고 찰하고자 한다. 그에게서 인간의 행복은 한편에서는 삶의 의지를 긍정하는 태도에 기반을 둔 그리스적 행복으로 이해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삶의 의지를 부정하는 태 도를 고수하는 그리스도교적 행복으로 파악된다. 그리스적 정신에서 드러나는 행복 론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여기서 인간 행복은 경험적인 차원에서 추구된다. 이와 달리 삶을 부정적으로 보는 그리스도교적 정신에서 행복은 형이상학적 차원에 서 다루어진다. 더 나아가 그리스적 행복은 외적 행복과 내적 행복으로 다시 구분 된다. 외적 행복은 인간 자신의 바깥에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욕구, 즉 육체적 향 락의 만족을 통해 얻어진다. 반면 내적 행복은 정신적 향략의 만족에서 찾아 지며, 이러한 향락은 고상한 인격에서만 가능하다. 형이상학적 차원에 놓여 있는 그리스 도교적 행복은 한편에서 수도자의 삶에서 수행되는 금욕주의적 삶과 의지가 없는 순수한 인식이 드러나는 미학적 경험에서 가능하다. 금욕주의적 삶과 미학적 경험 에서 드러나는 형이상학적 행복에서는 의지의 끊임없는 요구에 사로잡혀 삶을 긍정 하는 경험적인 행복에서와는 달리 삶을 긍정하는 의지가 전적으로 부정된다. 더 나 아가 인격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경험적인 그리스적 행복은 개체적인 자아를 전제로 하지만, 형이상학적 행복에서는 의지의 중심점인 개체적인 자아 또한 사라진다. 쇼 펜하우어가 역설적 행복론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삶의 긍정으로서의 행복 이 아니라, 의지의 활동이 멈춘 순수한 인식에 기초해 있는 삶의 부정에서 드러나 는 형이상학적 행복, 즉 ‘더없는 행복(blissful state)’이다.
I. 들어가기
II. 쇼펜하우어의 삶의 긍정으로서의 행복론: ‘외적 행복론’과 ‘내적 행복론’
III. 쇼펜하우어의 삶의 부정으로서의 행복론: 그리스도교적 고행과 미적 체험
IV. 나가기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