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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등재 학술저널

퇴계의 도설(圖說)과 라깡의 위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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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인 퇴계와 프랑스의 현대 정신분석학자인 라깡 은 시공간을 전혀 공유하지 않은 철학자이다. 그러나 이들은 방대한 자 신의 철학체계의 핵심에 도설(또는 도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X자 도식을 통해 존재론과 심성론을 압축적이고도 명료 하게 제시하려 했다. 퇴계의『성학십도?와 라깡의『에크리?는 이런 도식 의 철학이 잘 녹아있는 주저라 하겠다. 퇴계는『성학십도?의 10개의 도 설 중 6개의 도설에서 X자 형태의 도설을 선보였다. X자의 도식은 주렴 계의 ?태극도?, 주자의 ?인설도?, 정복심의?서명도?에 착안해 퇴계 자신 이?천명도?에서부터 발전시켜 온 음양(하늘과 땅, 엄마와 아빠)의 응결로 서의 주체를 천명의 원(天圓) 안에 녹여내서 만들어 낸 변증적 상징으로, 퇴계는 이를 통해 미발과 이발, 동과 정, 성과 정 등 유학의 핵심개념들 을 경(敬) 사상으로 아울러 설명해 냈다. 퇴계는 X자 도식의 무게 중심 에 경(敬)을 놓으면서 존재론과 심성론의 고리를 성공적으로 묶어낸 것 이다. 라깡은 『에크리?에서 L도식(L schema), R도식(L schema) 등을 통해 X 위상학을 정립했다. 퇴계가 주자를 계승해 그의 도식을 발전시켰 듯, 라깡 역시 서양사에서 가장 문제시됐던 개념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의 문제를 프로이트를 계승해 발전시킨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풀지 못했 던 모순을 R도식을 통해 극복해 낸다. 라깡은 삼각도식의 이중적 변증법 을 통해 상상계에 머물러 있던 소외된 자아를 상징계로 이동시키며 ‘아 버지 은유’를 통해 욕망하는 주체로 복원해낸다. 이렇듯 동·서양을 가로 지르는 도식인 X는 결국 인간의 존재구조와 심성구조, 즉 존재론과 심성 론이 수학처럼 보편적이고 자명한 논리로 증명될 수 있음을 웅변한 것이 라고 하겠다. 또 그렇게 밝혀진 인간 존재, 즉 주체인 나는 라깡이 말하 는 주이상스를 즐기는, 퇴계가 말하는 ‘경외(敬畏)’의 주체다.

1. 들어가는 말 2. 퇴계의 ⌈성학십도⌋에 나타난 도(圖)의 의미 3. 라깡의 ⌈에크리⌋에 나타난 위상학(topologie)의 의미 4. 퇴계와 라깡의 도식이 함의하는 마음의 구조 5.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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