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천주교 선교사는 자신에게 위임된 선교지역으로 떠나는 여행, 그리고 선교지역에 체류하면서 보거나 듣거나 겪었던 일 전체를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독특한 기록을 남겼다. 독특하다고 말한 이유는 여행의 최종적인 도달점이 본래의 자리로 귀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의 여행은 돌아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속된 곳에서 살다가 죽으러 가는 여정이었다. 말하자면 선교사들은 영영 고향을 떠나는 자, 내지는 새로 주어진 고향에서 살기 위해서 떠나는 자였던 셈이다. 이런 이유로 선교사들의 여행기에는 유럽인의 시각에서 비유럽의 문화와 관습을 평가하는 내용도 들어 있으며, 후배 선교사들에게 도움을 줄 목적으로 수집한 상세한 선교지 정보들도 담겨 있었다. 또한 선교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심한 곳으로 파송될 경우에는 비장한 감정이 서려 있기도 하다. 선교지역으로 떠난다는 것이 다시 돌아올 생각을 갖지 말아야 함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선교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초대 조선 대목구장이었던 바르텔레미 브뤼기에르 주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우선 최초로 로마 교황청이 조선 천주교의 대표자로 임명하여 파견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조선에 입국하여 선교활동을 벌이지는 못했지만, 여행 도중에 다양한 형태로 기록들을 남겨 놓았다. 다행히 대부분의 기록들이 현존한다. 최근에 들어서 이 기록들이 체계적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일부는 번역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브뤼기에르 주교라는 인물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그가 남긴 자료들을 통해서 당시 선교사들의 글쓰기가 지닌 특성이 어떠했는지를 탐색하였다. 먼저 브뤼기에르 주교 개인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개괄하였으며, 그 다음에는 브뤼기에르 주교가 남긴 자료 두 가지를 검토하였다. 첫째 자료는 샴 왕국에서 3년 동안 근무한 뒤에 쓴 것으로 샴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의 글이다. 둘째 자료는 샴을 떠나 페낭, 싱가포르, 마닐라, 마카오를 거쳐서 중국 남부의 복건 지방에서 만주까지 중국 대륙을 종단하는 과정을 담은 여행기이다. 두 가지 자료를 검토함으로써 19세기 선교사들의 자의식과 타자인식이 어떠했는지를 조망하고자 하였다.
Ⅰ. 선교사 의식과 독특한 여행기 Ⅱ. 브뤼기에르 주교의 생애와 여정 Ⅲ. 샴 에스노그라피아 Ⅳ. 중국 오디세이아 Ⅴ. 부유하는 시선 [국문초록]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