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의 의미적 특성

이 연구는 '그리고'의 의미를 살펴보고, 단락이나 마디, 낱말 같은 이음대상의 특성과 '그리고'의 의미가 어떤 관련을 가지는지를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의 전형적 이음인 월이음의 분석을 통해, '그리고'가 공간나열과 계기나열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단락이음에 드물게 나타난다. 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대체로 공간나열의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이음대상인 단락이 하나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텍스트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음말이 나타나는 자리인 단락의 경계는 소주제가 바뀌는 곳이다. 따라서 공간나열이나 계기나열의 의미를 갖는 '그리고'는 다른 이음말에 비해 단락의 경계에 드물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월이음에서 '그리고'는 '공간나열'이나 계기나열의 의미를 갖는데, 이것은 이음대상인 월이 사건의 상태성이나 동작성을 모두 나타낼수 있기 때문이다. 마디이음에서도 '그리고'는 '공간나열'이나 계기나열의 의미를 갖는다. 대등한 두 마디를 하나의 통사적 단위로 묶어주는 경우에, '그리고'는 공간나열의 의미를 갖는다. 이에 대해 이음씨끝 '-고' 뒤에 나타나서 두 마디를 이어주는 경우는 대체로 계기나열의 의미를 갖는다. 낱말이음에서'그리고'는 공간나열의 의미만을 갖는다. 이 경우 '그리고'는 두 대상을 공간나열의 의미로 이어줄 뿐만 아니라 낱말을 이어서 하나의 통사적인 단위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의 쓰임을 살펴 본 결과, 계기나열의 의미를 가진 '그리고'가 주로 월이음이나 마디이음에 나타나는데 비하여, 공간나열의 의미를 가질 때에는 월이음이나 마디이음은 물론 단락이음이나 낱말이음에까지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이음씨끝 '-고'가 '그리하(그러하)-'와 결합하여 '그리고'로 파생되면서 '-고'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의미 중에서 공간나열의 의미로서의 쓰임이 확대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