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 시는 길지 않은 한국현대시사에서 정전의 위상에 올라 있 다.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소월 시 연구는 시의 발표 시점인 일제 강점기 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관점에 의해 축적되고 있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 소월 시에 대한 이러저러한 가치평가와 이해 방법을 개진하는 일은 동어 반복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에서 해명하려고 하는 문제는 여전히 소월 시를 구전시나 민요시의 테두리 안에서 보려고 하는 평단과 일반 독자들의 경향성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평가와 근대라는 새 로운 시간의 세례를 받으며 성장한 최초의 시인이 문학사에 대해 갖는 영 향력은 정합적이지 않다. 오히려 문체와 화법적인 측면에서 소월 시가 의 존하고 있는 창작방법론의 바탕은 문자문화이다. 소월 시는 문자문화가 성숙한 시기에서만 가능한 상황의존적인 구술성을 문면에 옮기고 있다. 문자의 적극적 전파와 사용을 근대 형성의 동력으로 간주하는 매체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은 형식으로서의 근대성을 특수한 맥락으로 선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서 이 논문에서는 첫째, 소월 시의 작시 계기인 님의 부재와 이로부터 발생하는 고통을 매체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밝히고 둘째, 소월 시에 자주 쓰이는 직시어와 화법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셋째, 문자문화 내부에서의 비상황의존적 구술성의 도입이 갖는 특수한 화법의 위상을 규정하고, 종합적으로 소월 시의 화법이 ‘문자적 직접화법’에 의해 진술되고 있음을 논증하려고 한다. 이 논문은 소월 시의 숨겨진 주제를 탐색하기보다는 이 주제가 표현되는 메타적인 소통 방법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그 소통의 물질적인 매체는 문자가 될 것이고 그 매체를 통해 서 연결되는 주체와 타자, 시인과 독자의 관계는 화법이 될 것이다.
1. 서론 2. 님의 부재와 독자에게 말걸기 3. 지시대상의 부재와 문자적 직접화법 4. 결론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