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조선 학술계의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는 천명(天命)이다. 당시 발표된 ?천명도(天命圖)?의 공통 문제의식은 인간의 선함을 천명 개념과 결부시켜 해명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유는 비단 이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덕성의 근거를 천(天)에서 찾고 명령 개념을 통해 양 자 간의 연결을 밝히는 것은 물론 전형적인 유학적 성찰이지만, 그에 대 한 이론적 정교화 작업은 조선유학을 통해 이루어졌다. 퇴계(退溪)는 이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천명 이해에 따라 기존의 ?천명도? 를 수정하고, 그를 통해 천명에 입각한 리(理) 해석을 강조한다. 주자학 이 본격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한 16세기 조선 학계에서 퇴계의 이와 같 은 시도는 당대 학자들은 물론 기존 주자학 해석자들의 천명 이해와의 차별화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퇴계가 ?태극도 (太極圖)?와 ?천명도?의 차이점을 부각시킨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퇴계는 “리와 기(氣)가 신묘하게 응결[理氣妙凝]”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리를 천명이라 설명함으로써 주자학적 인간의 선함, 즉 도덕 성의 근거를 일종의 도덕명령과도 같은 천명에서 찾으면서도, 그 천명은 기와 결합된 상태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드러낸 리임을 분명히 하 였다. 다시 말해 리는 신묘하게 기와 응결된 상태에서 일종의 도덕명령 처럼 이 세계에 개입하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퇴계가 기 와의 결합 이전 단계의 리의 의미까지 포괄하는 태극(太極)을 통해 인간 의 도덕성을 해명하기보다는, 천명의 함의를 갖고 있는 “리기묘응(理氣 妙凝)” 상태에서의 리를 통해 인간 도덕성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이 가능하다면, 퇴계는 태극과 천명의 개념 적 차이에 주목함으로써 도덕에 대한 이론을 재정립하고자 하였다고 할 수 있다.
1. 머리말
2. 16세기 조선유학의 천명으로의 관심
3. 천명으로 해석된 퇴계의 리의 의미
4.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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