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신 안에 어떤 ‘사각 지대’가 있다. 그 사각지대 안을 보려고 할 때 우리들은 긴장한다. 사각지 대라는 단어가 대개 단절, 고립, 제약, 억압과 같은 동의어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각지대는 부정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각지대는 일에 시달린 후에 또는 거친 바람을 맞으며 산 과 숲 속을 헤맨 후에 느끼는 안락함과 포근함을 주기도 한다. 바닷가에서 상상의 집을 짓는 어린아이 가 작은 돌들로 내부와 외부를 경계 짓는 것 또한 이러한 안정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 각지대는 외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듯이 보이지만 계속 움직이고, 변모하고 있다. 사각지대는 하나의 운동 에너지와 같다. 사각지대는 내 안의 일부로서 단순해 보이지만, 모든 복잡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 다. 연극치료는 이 사각지대로 들어가는 것이고, 사각지대와 만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개념이나 대상 을 넘어 미지의 영역과 서로 맞닿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연극이 이를 공개적으로 한다면, 연극치료는 아주 은밀하게 할 뿐이다. 연극의 체험에 관한 주제는 늘 집단적 체험으로만 얘기되는 경우가 많다. 연 극과 달리 연극치료는 아주 개인적인 체험이다. 무언가에 몰두해 보지 않은 사람이 몰아지경沒我之境이 라는 낱말의 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사각지대에 관한 경험이 빠진 연극치료는 공허하기 쉽다. 연극치료는 한 인간의 삶 속에 스며들어 그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무엇이다. 연극치료가 스며드는 삶의 공간이 곧 사각지대이다.
1. 연극치료: 눈을 뜨고, 눈을 감고
2. 연극, 연극치료와 기억
3. 다시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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