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게르하르드 리히터는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던 나치 시 대의 암울한 역사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명하며 작품을 통해 다루고자 시도하였다. 이 암울한 시대를 기억해야할 의무와 트라우마적인 기억의 재현불가능성 사이에서 리히터는 과 거 역사화와 다른 적절한 재현방식을 고민하였고 형상 회화와 추상회화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언어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았다. 전자는 이미 존재하는 사진을 그대로 베껴 그리는 사진회화 양식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 방식은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시각을 가급적인 배제하고 냉담 한 관찰자의 시선에서 팩트를 제시해 주는 적절한 방식이다. 그는 마치 초점이 맞지 않은 사 진 속 이미지처럼 사진 회화의 윤곽선을 뿌옇게 흐리는 방식을 활용하였는데 이는 실재 (Wirklichkeit)의 재현불가능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역사적 사안에 대해 하나의 고정된 해석 을 경계하고 다양한 시각과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사진회화의 주제 로 그는 홀로코스트의 처참한 장면이 아니라 매력적이었던 독일군 장교 루디 삼촌과 같은 자 신의 주변 인물들의 일상적 사진을 선택하여, 당시 화제가 되었던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한 ‘악의 평범성’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리히터는 또한 최근 비르케나우 시리즈를 통하여 수용소의 처참한 사진에서 출발한 4점의 추 상회화를 완성하였다. 그는 애초에 이를 사진회화로 진행하였었는데 중도에 포기하고 그의 추상회화기법인 긁기 기법을 통해 새롭게 표현하였다. 어두운 회색빛이 주조를 이루는 이 작 품들은 긁기 기법을 통해 아래 층위의 물감들이 긁혀진 틈새로 배어나와 마치 팰림세스트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의 제목인 수용소 비르케나우를 알고 있는 감상자들은 우 연의 작법에 의해 이루어진 이 작품을 보면서 작품의 다양한 추상적인 형상과 색채에 홀로코 스트와 연관된 이미지를 투사시켜 감상하게 된다. 감상자는 자신이 떠올리는 수많은 고통의 이미지를 시각적인 요소들의 감각적 소여들 간의 다양한 관계 맺기를 통해 읽어내게 된다. 감상자에 따라 그리고 동일한 감상자라 하더라도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다른 의미가 투사될 수 있다. 다양한 연상 작용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이 읽혀지며 의미화 되는 리히터의 추상회 화는 리히터가 홀로코스트의 트라우마를 표
Gerhard Richter, one of the most important postmodern artists, has constantly tried to convey the despair of the Nazi Era and the terrifying memory of its commitment to the Holocaust in his painting. The history of Germany in the Nazi era revealed the ultimate potential of the evil that is embedded in our human beings, which has also wounded the Germans with deep trauma. Richter was particularly concerned with the dilemma between the necessity of remembering the darkest days during the Nazi Era and the impossibility of representing the traumatic memories. He then came up with his own way of resolving the dilemma in either figurative painting on one hand or in abstract painting on the other. As for the figurative painting, he tried to replicate photos of his relatives as a way of excluding any subjective views and trying to persist with the eyes of an observer that has a sense of distance in order to present only mere facts. Furthermore, he applied the method of blurring the outline of the objects in the picture like an image of a photograph that doesn’t have any focus, suggesting the impossibility of describing the Truth(Wirklichkeit) of a certain historical incident in a fixed or single interpretation but rather leaving room for a diversity of different perspectives. He rather chose ordinary pictures of his intimate acquaintances such as the German officer Rudi, his uncle, instead of the disastrous sight of the Holocaust as his painting objects, which drives the spectators to reflect the ‘the banality of Evil’ that Hannah Arendt had mentioned and have become a major issue at that time. Apart from the pictorial paintings, Richter has recently come out with a series of four abstract paintings, titled Birkenau, the name of the concentration camp of the Nazi Era. The series is based on the four photos of the horrifying scene in the concentration camp, in which he used his scrape technique giving up his previous way of photo painting. These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