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민법이라는 “큰” 법을 위해 여러 법제도들 간의 조화를 도모하는 요즈음 프랑스의 법제도가 그 독특함으로 하여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프랑스풍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계약책임과 그 요건을 분석하여 보면 특히 그러하다. 계약책임요건의 이러한 독특함은 프랑스법의 장점이다. 첫째, 계약책임의 장점은 실행요건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계약이라는 윤곽선이 탄력적이기 때문이다. 계약이라는 그릇이 다공성(多孔性)을 가지며 그 내용이 조밀하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계약책임의 실행요건이 유연한 이유는 채무의 강도가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약화된 수단채무와 강화된 결과채무라는 양 극단 사이에는 다양한 강도를 가진 채무들이 존재한다. 둘째, 계약책임의 장점은 그 면책요건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계약당사자들은 면책원인을 약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계약자유를 존중하여야 하지만 이는 계약의 규범적 효력을 존중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당사자들에 의해 약정되지 않은 면책원인들에는 전부면책원인과 일부면책원인이 있다. 계약책임은 진짜 개념이다. 그 실행요건과 면책요건이 유연하기 때문에 계약외책임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책임의 장래는 공정한 평형에 달려 있다. 이상적인 방정식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 당사자들의 정당한 기대를 합리적으로 존중하면서도 그 기대를 계약의 규범적 효력에 비추어 조정하는 가운데 배상하는 것이다.
Ⅰ. 계약책임의 실행요건에서의 유연성 조절
Ⅱ. 계약책임의 면책요건의 유연성의 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