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승(和合僧)’이라는 표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승가는 화합을 중시하는 공동체이다. 따라서 승가 운영 전반에 걸쳐 화합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멸쟁법(滅諍法)이다. 멸쟁법이란 승가에서 구성원들 간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율장에서는 칠멸쟁법(七滅諍法)이라고 하여, 일곱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승가에서 발생한 다툼은 반드시 이 일곱 가지 방법 중 하나에 의해 조정해야 한다. 본고에서는 이들 멸쟁법 중 하나인 현전비니(現前毘尼), 그리고 이 현전비니의 일환으로 실행되는 ‘단사인(ubbāhikā, 斷事人)’ 제도의 검토를 통해 멸쟁법의 근간을 이루는 ‘여법’과 ‘화합’이라는 이념이 갖는 의의를 고찰하였다. 멸쟁법은 율장 건도부 「멸쟁건도」에서 인연담과 더불어 종합적으로 다루어지지만, 이 외 인도불교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분쟁사건에도 적용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붓다 열반 후 100년경에 발생한 십사(十事) 비법 논쟁이다. 이 논쟁에는 멸쟁법 중 현전비니의 일환으로 실행되는 단사인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단사인 제도란 일종의 위원회 형식이다. 분쟁중인 양측으로부터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들을 각각 선발하여 이들에게 분쟁 해결을 위임하는 것이다. 십사 사건의 경우에는 각 4명씩 선발하여 총 8명이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들이 붓다의 법과 율에 근거하여 문제의 안건을 검토하고 결론을 내린 후, 그 쟁사와 관련된 현전승가의 구성원에게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현전비니로 1차적인 조정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여 제2차 조정으로 넘어간 경우, 만약 여기서도 의견이 분분하여 결론을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을 때에 적용되는 방법이다. 따라서 판단이 쉽지 않은, 그래서 자칫하면 승가의 화합을 깨뜨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적용되는 멸쟁법이라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빨리율 「칠백건도」를 중심으로 십사 논쟁의 진행과정을 살펴보고, 이 논쟁의 해결을 위해 도입된 현전비니와 단사인 제도의 내용 및 그 의의를 살펴보았다. 일견 단사인 제도는 위원회 형식이라는 점에서 일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실행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 멸쟁법 역시 승가 운영의 주요이념인 여법과 화합의 실현을 위해 고안된 것임을 알 수 있다.
Ⅰ. 서론
Ⅱ. 십사 논쟁의 발생과 해결 과정
Ⅲ. 현전비니와 단사인 제도
Ⅳ. 승가 쟁사 해결의 원칙
Ⅴ. 결론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