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구전서사에 형상화된 비인간의 행위성을 탐색하기 위해, 포스트휴머니즘에 입각한 논의를 시도했다. 아울러 그러한 논의를 위한 분석 좌표로, 비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형상화되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에 착목했다. 특히 주목된 사례는, 벌목에 ‘저항’하는 나무와 벌목을 수행하는 인간 간의 관계가 형상화된, ‘벌목저항전승’이다. 전근대에 문헌화된 벌목저항전승 각편에서, 나무는 행위성을 발휘하는 의인화된 형상으로 상상된다.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의사와 역량을 지닌 존재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여기서 나무가 벌목 행위에 대해 입히는 앙화를, 나무의 ‘저항’ 행위로 재해석할 가능성이 제시된다. 반면 근대에 조사·채록된 벌목저항전승 각편에서, 나무의 행위성은 부정적인 관점에서 형상화되거나, 그 자체가 부정된다. 근대적 세계관은 비인간과 인간, 모든 ‘사람’ 간에 얽힌 관계의 연결망을 사상해 해체하려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무의 관점, 의사, 역량은 상상되기 어렵다. 따라서 앙화는 나무의 ‘저항’이 아닌, 인간에게 불가해한 공포이자 진압해야 할 대상이 된다. 다만 ‘사람’ 간의 관계가 세계를 구성하는 바, 근대 세계에도 행위성을 발휘하는 비인간에 관한 상상력, ‘하이브리드’에 관한 상상력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이브리드’는 단지 민간의 ‘비공식적’ 영역만이 아닌, 국가의 ‘공식적’ 영역에 틈입하며 행위성을 발휘한다. 그 결과 ‘하이브리드’는 전근대 세계와 근대 세계, 비인간과 인간의 분할을 월경하며 교란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사람 간의 관계로 얽힌 세계의 형상, 그러한 관계에서 창발하는 비인간의 행위성을 드러내려 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을 고려한다면, 구전서사에 형상화된 인간처럼 행위하는 비인간을, 즉 의인화된 비인간의 형상을 적극 발견할 필요가 있다.
This study analyzes the non-human agency represented in oral-narratives. Based on posthumanism, this study focuses on the type “Trees against Logging”, which represents the most hostile case of a relationship between non-humans and humans. In “Trees against Logging”, trees “resist” the logging by humans. Particularly in the “Trees against Logging” documented in the premodern era, the trees are represented as anthropomorphic figures, which have agency and will. Here, the possibility of reinterpreting the curse[殃禍] that the trees put on the logging human as an act of “resistance” is suggested. On the other hand, in those investigated in the modern era, the trees’ agency is represented negatively, or the agency itself is denied. This is because the modern worldview, based on Western thoughts, conceals and dismantles the network between non-humans and humans, all “persons”. Here, the trees’ perspective, intention, and agency are also concealed. Therefore, the curse is not represented as a “resistance” by the trees, but as a thing of incomprehensible fear to be suppressed. However, since the relationships between all “persons” constitute the world, “hybrids” of non-human agency in the modern world can inevitably be imagined. “Hybrids” are not just in the “informal” area but also the “official” area of the state, exhibiting the agency. “Hybrids” overpass and disturb the division line between the premodern and modern, non-humans and humans. Posthumanism attempts to reveal the form of the world connected and intertwined with relationships between all “persons” and the non-human agency that emerges from such relationships. Considering posthumanism, it is necessary to discover non-humans who act like humans, that is, anthropomorphic non-humans represented in oral-narratives.
1. 서론
2. 벌목저항전승과 ‘자연의 저항’ 행위
3. 나무에 관한 괴담과 관계의 형해화
4. 법역의 월경과 포스트휴머니즘의 상상력
5.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