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사본풀이>의 형성과 관련하여 17세기 제주 판관으로 재직한 적이 있는 김치의 일화나 흥덕현감설화가 근원설화라는 견해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차사본풀이>의 기본 모티프인 이승 판관과 저승 판관의 대결담은 당송 시대에 이미 존재했고, 흥덕현감이 아니라 고려 강감찬 장군이 해결사로 등장하는 구전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무속신화의 형성 시기는 고려시대, 혹은 그 이전으로 소급될 수 있다. <차사본풀이>를 심독하려면 김치판관이라는 후대에 부가된 화소가 아니라 심층의 서사를 살펴야 한다. <차사본풀이>의 심층에 존재하는, 수렵사회에서 농경목축사회에, 수메르 신화에서 탐라·제주 신화에 걸치는 장대한 서사의 여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긴 여정을 이끄는 심층 서사는 죽음의 세계에 대한 상상에서 비롯한 저승여행이고, 주인공의 저승여행을 가능케 하는 동력은 ‘인정-협상 코드’다. 이 코드에 의해 인안나는 자신을 인정으로 삼아 나무못에 내걸었고, 그 결과 두무지와 누이 게쉬틴안나가 이승과 저승을 반년씩 순환하는 방식의 협상을 이룩했다. 만주족 샤먼의 조상으로 불리는 니샨 샤먼도 서르구다이 피양구를 데리러 저승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인정으로 염라왕과 그의 사자 몽골다이 낙추와 협상하여 피양구의 수명을 연장한다. <짐가제굿>에서 <차사본풀이>로 이어지는 한국의 무속신화에서도 단명한 망자를 구해내기 위해 이승의 원님은 저승의 염라왕과 인정을 걸고 협상한다. 문화적 조건과 서사 구성의 세부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 신화의 심층에는 인정-협상 코드가 작동하고 있다. 이런 인정-협상 코드는 초기 수렵사회의 인간과 동물 사이의 의례적 선물교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물을 바치지 않으면 동물의 주인이 사냥감을 풀어주지 않으므로 사냥꾼은 인정을 걸고 신과 협상한다. 이 인정 걸기는 계산된 교환 행위가 아니라 무제한적 호혜성에 기반한 증여 행위이다. 인안나 신화에서 강림차사 신화에 이르기까지 반복되고 있는 인정-협상 코드는 무제한적 호혜성에 기초한 수렵사회의 규약이 서사적 변형을 거치면서 현재의 무속신화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지표이다.
It is insisted that Chasabonpuri may have been inspired by the story of Kimchi, who served as the Jeju judge in the 17th century, or the story of Heungdeokhyeongam. However, considering that the basic motif of Chasabonpuri, which is the confrontation between this world’s judge and the underworld judge, already existed during the Tang Song Dynasty, and that there was also an oral tradition in which General Gang Gam-chan, not Heungdeokhyeongam, appeared as the solver, the formation of this shamanic myth can be traced back to before Goryeo. To understand Chasabonpuri, one should consider the narrative, and not the Kimchi judge as the motif. It is necessary to pay attention to the long history of an in-depth narrative present in Chasabonpuri, spanning from a hunting society to an agricultural and pastoral society, and from Sumerian to Tamra-Jeju mythology. The in-depth narrative involves a journey to the underworld that originates from the vision of the world of death, and the driving force that makes the protagonist's journey to the underworld possible is the gift-negotiation code. According to this code, Inanna hung herself on a peg as a gift, and consequently, Dumuzi and her sister Geshtinanna negotiated a 6-months-long cycle between this world and the next. Nishan Shaman, who is said to be the ancestor of Manchurian shamans, also enters the underworld to pick up Seorgudai Piyanggu, and using various gifts, he pleads with King Yeomra and his messenger Mongoldai Nakchu to extend Piyanggu's life. In Korean shamanic mythology, which continues from Jimgajegut to Chasabonpuri, a district magistrate in this world negotiates with King Yeomra of the underworld using gifts to save the dead from a short life. Despite detailed differences in cultural conditions and narrative composition, there is a gift-negotiation code deeply integrated in these myths. This gift-negotiation code originated from the ritual gift exchange between humans and animals in early hunting societies. Hunters offered gifts and negotiated with the gods because the animal's owner would not release the game unless gifts are offered. This gift is not a calculated act of exchange but is based on unlimited reciprocity. The gift-negotiation code repeated from the Inanna myth to the Ganglimchasa myth indicates that the rules of a hunting society based on unlimited reciprocity continue in current shaman mythology through narrative transformation.
1. 저승여행신화소와 인정-협상 코드
2. <차사본풀이>의 저승행과 인정-협상 코드
3. 니샨 샤먼의 저승여행과 인정-협상 코드
4. <짐가제굿> 무가의 희미한 인정-협상 코드
5. 샤먼·차사·장승의 인정-협상 코드와 무제한적 호혜성
6. <차사본풀이>, 그 장대한 서사의 여정